중간고사를 마치고 수업과 공부에 대해서
대학/대학생활
2007/11/04 15:57
오랜만에 포스팅입니다..
새학기가 시작되었는가,,했더니 어느새 중간고사를 쳤구요.. 이제 가을인가,,,싶었더니 벌써 날씨는 겨울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 중 몇 명은 벌써 기침을 하고 있던데, 제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들, 어디선가 링크를 타고 건너 오신 분들, 또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신 분들 모두 건강하게 환절기를 넘기시길 바랍니다.1
어제 자바 숙제를 마치면서 갑자기 여유로워졌기에 오랜만에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우선 가장 큰 이벤트로 중간고사가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전 또 심각한 점수들을 예상하고 있지요.. 봄학기 때부터 조금씩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의 제 공부 방식이 대학이라는 환경에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2 고등학교때까지의 제 공부방법은 수업에 의존적이었습니다. 주로 선생님께서 수업하실 때 내용을 듣고 필기하면서 그 때 그 때 기억해두는 형식이었죠. 그래서 수업은 필사적으로 들었습니다만, 따로 공부는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3 또 그렇게 하다보니 시험에서는 시험기간에 공부했던 내용보다 수업시간에 들었던 것들이 더 잘 떠오르고 더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았을 때, 대학에서는 지금까지의 공부방식을 적용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4 대학에서는 지금까지처럼 수업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5가 있습니다.
ⅰ. 수업이 모두 영어강의이다.
ⅱ. 1학년 과정은 대형강의가 대부분이다.
ⅲ. 이제껏 익숙하지 않던 숙제 방식, 보고서 등으로 일정이 바쁘다.
먼저, 수업이 모두 영어로 이루어진다는게 가장 치명적이 이유입니다. 일단 제 영어실력이 영어강의를 한국어강의만큼 따라갈 정도가 되지 않는다는게 문제죠. 한국어로 들을 때는 바로 듣고 이해가 가능합니다만 영어로 듣게 되면, [영어 -> 번역 -> 한국어 -> 이해]의 과정을 수행해야 하기에 그만큼 이해가 늦죠. 또한 이해가 늦어짐으로 인해 수업에서 빠트리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해도 수업에서 건져가는 것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작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시험에서 생각나는 것도 없게 되구요.
다음으로 치명적인 이유는, 1학년 과정에 듣는 수업이 대부분 대형강의라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의 특성상6 학생들이 기본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대부분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형강의가 많아지기 마련이죠. 이렇게 되었을 때 문제는, 교수님들끼리 진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기도 하고, 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게 되므로 주로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거나 읽을 뿐이라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업을 듣는 것보다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주제에서 벗어나 조금 더 얘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입시설명회를 할 때, 카이스트나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주로 내세우는 것들 중 하나가,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입니다.7 "우리 대학은 S대나 Y대에 비해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이 낮습니다."라는 홍보 문구에는 교수 한 명이 맡는 학생수가 적으므로 타 대학보다 학생들을 더 잘 이끌어 줄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겠죠. 실제로 봄학기 때 무학과인 신입생들에게 임의로 지도교수를 지정해주고 1달에 2번 정도 모임을 가졌는데, 저희 반 인원이 8명이었던 것을 보면 확실히 비율이 낮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수업에서는 교수당 학생수가 작다는 것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8100명이 넘는 인원이 가득찬 대형 강의실에서 교수가 "Please, be quiet."을 한 시간에 몇 번씩 외쳐대는 상황에 '타 대학보다 현저히 적은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은 맞지 않는 표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9
마지막 이유는, 사실 '적응을 하지 못했다.'라고 바꿔말할 수 있습니다.10 처음 대학에 와서 수업을 들었던 2주는 굉장히 여유로웠습니다. 더욱이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통학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없으니까 더 그랬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보고서와 숙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거죠.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니까 따로 공부할 시간도 없어지게 되고, 아무 것도 한 것은 없는데 몸은 피곤해지는 매우 비효율적인 삶을 살게 된 겁니다. 네, 제 첫 학기는 그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옳을 것 같습니다.11
하지만, 가을학기에 들어서면서 그런 것들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죠. 그래도 한 학기 살아봤다고 어느정도 경험치가 늘어난 모양입니다.12 물론 아직 적응이 안됐다면 그건 좀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요즘엔 숙제나 보고서에 그리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은 봄학기에 비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오랜만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볼까..하면서 글을 시작했습니다만, 어느 새 중간고사와 학교의 비난13으로 빠져 글을 끝내게 되었군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제 생각을 마음껏 표현 할 수 있었구요,14 독자분들께는 카이스트 신입생들 중에는 이런 녀석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드리지 않았나 하는 주제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도 재검토하지 않은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매서운 추위에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 환절기라고 하기엔 좀 그런 시기인가요.. 뭐 어쨌든 갑자기 추워졌으니 환절기로 표현하겠습니다.
- 어쩌면 영어강의라는 변수에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 수업중이나 방과 후나 계속 열심히 하면 좋겠지만 전 그리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인거죠..
- 물론 고등학교때까지야 선행의 힘도 있었겠습니다만, 대학 1학년 과정은 고등학교때 어느정도 했던 내용인데도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뭔가 잘못 된 거겠죠.
- 핑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아니 오히려 핑계에 가깝죠.
- 물론 대부분의 다른 학교들도 1학년때는 모두 공통과목을 이수하느라 다 같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 학교는 1학년때 과가 없기에 더욱 심하죠.. 그리고 단과대학이기도 하구요.
- 물론 두 학교 모두 단과대학인데다가 연구위주의 대학이기 때문에 교수 숫자는 많고 학생은 적은게 어찌보면 당연하죠.
- 적어도 신입생 수업에서만큼은 그렇습니다.
- 물론 타 대학에 비하면 대형강의를 듣는 학생의 수도 적을지 모르겠습니다..
- 사실 앞의 두 이유도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말로 묶을 수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좀 더 생활적인 부분에서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거죠.
- 만약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이 말을 고르고 싶습니다.
- 빨리 레벨 업을 해야 좀 살만할 텐데 말이죠.
- 비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약한 내용이죠. 언제 한 번 이 학교와 이 학교의 학생, 교수들이 가지는 모순과 이들에 대한 제 불평을 블로그에 털어놓아야 하는데 말이죠..
- 물론 미투데이에 매일 불평과 불만들을 토로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 작은 공간에는 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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