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그를 듣고 오다..
음악
2007/05/07 23:21
지난 5월 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정명훈씨의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공연 설명을 보니 정명훈씨가 창립 30주년을 맞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월드투어에 지휘를 맡으셨더군요. 미국에서부터 시작해서 독일, 한국, 일본을 거쳐 중국에서 끝이나는 2달간의 대장정의 한가운데 운좋게도 대구공연이 잡혀있더군요.
사실 저는 요즘 대전에 있는지라 대전 공연이 잡혔다면 가장 좋았겠습니다만, 공연날짜가 주말에 잡혀있었고, 또 대구에는 가족에 있으니까 공연을 보는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습니다. 다만 다소 비싼 티켓 대금이 문제였습니다만,, 한 달 가난하게 살자는 다짐과 함께 과감히 A석을 질렀죠..
솔직히 처음부터 A석을 사려고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표를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어느새 남는자리가 없더군요;; 남은 B석과 C석은 3,4층 구석진 자리뿐이었고, A석도 제일 앞 한자리와 구석진 자리 몇 군데밖에 남아있지 않길래, '그래도 정명훈인데 얼굴이라도 자세히 보자.'는 심상으로 A석 가장 앞자리를 샀습니다.
예약할때는 제일 앞자리라고해도 그다지 가까워보이지 않았었는데, 실제로 앉아보니 정말 가깝더군요. 일어나서 손을 뻗으면 바로 연주자와 닿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대전시향 공연때도 앞에 앉아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는 오케스트라 피트석 뒤에 가장 앞자리라 막연히 가깝다는 느낌이었는데, 오케스트라 피트석은 그 가까움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곡 소개가 늦었군요.. 이번 공연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과함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선택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최연소 리즈 콩쿠르 우승으로 빛나는 김선욱씨였구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의 경우 그다지 익숙하지도 않고, 표제도 없는 곡이라 미리 한 번 듣고 가야지,,하다가 결국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곡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는 피아니스트가 들어와서 피아노 앞에 앉을때까지 사실 약간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작하는순간 불안감은 물론이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더군요. 그저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진짜 오케스트라'라는 생각뿐,, 마치 CD를 듣는듯한 그 첫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많지는 않지만 몇 번의 공연을 들어오면서 '실제 공연에서 CD와 같은 음색을 기대할 수는 없는거겠지..'하는 생각을 해왔습니다만,, 정명훈씨와 그의 오케스트라는 그러한 생각들을 일순간에 지워버리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그저 그 깔끔한 음색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연주는 절정으로 다가가고 있더군요. 화사하게 시작해서 슬프게, 그리고 격정적으로 이어지는 피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앞에 앉은 보너스로 피아니스트의 표정과 몸짓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죠. 또한 피아노 반사판에 비친 해머의 움직임,, 그리고 피아노 옆면에 비친 비올라 연주자들의 표정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분위기에 빠져서 음악은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기도 하군요;;
환상교향곡은 일전에도 한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mp3로도 들어보았고, 대전시향의 연주를 들은적도 있습니다. 사실 대전시향의 공연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바이올린 파트의 소리가 거의 죽어버려서 답답하기도했고, 4악장이 끝나고나서 하직 한 악장이 더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끝났다..'를 외치는 관객도 있었고,, 그날 공연은 여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공연이었습니다..(물론 단순히 저의 생각일뿐입니다.. 그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치시는 분들도 계셨으니까요..)
환상교향곡을 mp3로 들을때는 상당히 지루한 곡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실제로 들었을때는 그렇지 않더군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지만 대전시향 공연도 환상교향곡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게다가 대전시향에서는 약간의 이벤트로 3악장 첫부분에서 오보에주자가 2층 객석에서 연주했었죠..) 평소에 듣기 힘든 하프와 같은 악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겠죠.
환상교향곡도 어느새 끝나버리고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카리스마있는 포스터사진과는 반대로 공연이 끝난뒤의 정명훈씨는 너무나 해맑게 웃고계셨고, 특유(?!)의 양손을 올린 제스처를 취하시며 인사를 하시더군요. 끊이지않는 박수 속에 몇 번을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던 중 갑자기 지휘단상으로 올라가서는 카르멘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들뜬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앵콜곡으로 화답한 정명훈씨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셨습니다.
정말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공연이었습니다. 일어서서 박수쳐보는 것도 처음이었구요. 그 감동을 이 곳에 고스란히 표현하지 못하는 제 글실력이 원망스럽군요..
이 감동을 zlinx군과 KAO가 이어가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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